퀴즈를 내겠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반대말은?”
정답은 “듣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가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미국의 유머작가 프란 레보위츠가 한 말입니다.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가 쓴 《모모(Momo)》는 그런 점에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이야기’를 다룬 동화소설입니다. 초라한 행색에 가진 것도 없는 말라깽이 소녀 모모의 집에는 언제나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모모에게 가 봐”라고 말합니다. 그가 특별히 영리하거나, 반짝이는 해결책을 내놓기 때문이 아닙니다.
모모가 가진 능력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말을 듣기만 할 뿐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대방의 얘기에 열심히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줄 뿐입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모모에게 얘기를 늘어놓는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겁니다. 스스로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이 떠오르게 됩니다.
한국경제신문 10월21일자 A26면 <‘나 듣고 있어요’ 경청 신호 보낼 때 공감 시작> 기사는 미국 심리학자 마이클 니콜스의 얘기를 소개합니다. 그가 정신분석가이자 가족상담사로 35년간 일하는 동안 발견한 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할 때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집중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신이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레보위츠가 풍자한 것처럼, 자기의 생각을 버리고 온전하게 다른 사람의 얘기를 끝까지 경청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군주(君主)로 꼽히는 솔로몬왕이 지혜를 얻기 위해 하늘에 무엇을 간구했는지를 기록한 내용이 구약성서에 나옵니다.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열왕기상 3:9~15) 이어지는 솔로몬의 기도는 “(경청을 통해)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입니다.
‘국가리더십 부재(不在)론’이 나오는 한국의 요즘 상황이 떠오릅니다. 정치판은 상대진영에 대한 공격과 비난만 난무할 뿐, 경청이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솔로몬의 기도가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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