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와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차이점
브라질리아와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차이점
무(無)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습니까. 기다란 튜브가 목구멍을 통해 위장 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는, 구석구석 휘젓고 다니는 한참 동안을 맨 정신으로 견디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국내의 한 병원에는 신입 간호사가 들어오면 무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는 전통이 있답니다.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닙니다. 환자의 고통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의 일환입니다. ‘내시경 통과의례’를 도입한 이후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간호사들의 인내심이 더 늘었다고 합니다.
소비자의 고통과 필요에 공감(共感)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각광받습니다. 김용성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가 한국경제신문 7월8일자 B2면 <경영학 카페: 소비자에게 답이 있다>를 통해 들려주는 얘기입니다.
“기업의 소비자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소비자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 브라질리아와 캘리포니아대학을 설계한 과정을 비교해보자.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 도시설계를 맡은 디자이너는 교통에 집중했다. 신호등 없이 차가 다닐 수 있는 차도를 만들었다. 반대로 인도는 부족했고, 차가 없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사람들은 차도와 공터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찾기 시작했다. 브라질리아의 도로는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보행자 교통사고가 미국 도시 평균의 다섯 배에 달한다.”
캘리포니아대는 캠퍼스를 지을 때 학생들의 눈높이를 적극 반영했습니다. “건축가는 강의실 건물을 지으면서 길을 내지 않았다.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캠퍼스를 메웠고, 지각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건물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지름길이 생겼고, 건축가는 그제야 지름길을 정식 길로 만들었다. 지름길이 죄다 보도(步道)가 됐다.”
소비자 공감능력을 키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소비자를 찾아가 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할리데이비슨은 민속학자, 인류학자로 구성된 팀을 소비자로 위장시켜 모터사이클 마니아 집단에 투입했다. 3년간의 관찰을 통해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했고, 마니아들의 소속감을 강화할 의류와 장신구를 만들어 판매했다. 그 결과 마니아들은 할리데이비슨 로고를 문신으로 새길 만큼 강력한 충성 고객이 됐다. 매출도 당연히 늘었다.”
김용성 교수의 글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사랑 받으려면 먼저 소비자를 사랑해야 한다. 기술 자랑, 브랜드 자랑을 그만두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 간의 관계뿐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