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3 아이덴티티 결말 및 마지막 장면 해석, 관객이 이해할 거라는 감독의 선한의지?

랙구세상 2017. 2. 27. 14:25

 

2월 22일 개봉한 영화 23 아이덴티티, 제목 그대로 23개의 인격을 가진,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던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영화는 실존인물 빌리 밀리건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되었다. 빌리 밀리건은 5세때부터 이미 자아분리를 경험하였고, 1977년 수차례 강간 및 무장강도 사건으로 체포되었다. 하지만 결국 해리성 정체장애 진단을 받고 무죄를 선고 받게 된다. 그 후 1991년에는 영화감독까지 되었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난 너무 기대가 컷던 탓일까? 솔직히 재미는 전혀 없었다. 사건의 구성 또한 긴박한 맛은 전혀 없고, 사건의 내용 역시 여학생 납치 이후 죽이는 것 이외의 특별한 반전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오프스 3주연속 1위를 차지한 건, 다중인격 소재의 실화를 다룬 것과, 식스센스를 제작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에 대한 기대, 그리고 제임스 맥어보이의 다중인격자 연기 때문이 이날까 한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23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 케빈으로, 어느날 지금까지 없었던 24번째의 또다른 인격인 '비스트'의 지시로 3명의 여학생을 납치하게 된다.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 감금된 이들, 뭔가 일이 일어날 듯 말듯 하다. 하지만 마치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단 듯이 깨끗한 청소한 욕실과 꽃이 이들을 더욱더 혼란스럽게 한다. 도무지 어딘지 알수 없는 밀실에 갇힌 여학생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이상한 행동에서 그가 다중인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편, 케빈에게는 오랜기간 동안 자신을 치료하고 돌봐주는 플레처 박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메일을 보낸다.  플레처 박사는 해리성 장애를 가진 이들을 연구하는 인물로, 오랜기간 케빈에게서 나온 23개의 자아 들에 대해 속속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를 지배하고 있는 건 리더십 강한 배시도 아니요, 데니스, 페트리샤도 아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는 그를 본 박사는, 지금까지 알던 존재와는 다른 인격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된다. 다름아닌 제일 위험하고 지금껏 나타나지 않았었던 24번째 자아, 비스트 였던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불빛'이 '의자'에 (그의 육체를, 의자는 리더의 자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앉았다는 표현을 썼다. 비스트가 나타나게 된 원인은 소위 패거리라고 불리는 자아들이, 진정한 리더를 염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솔직이 왜 이런 인격이 더 튀어나온 건지에 대해서 별다른 해설은 없다. 이 영화는 관객이 다 알아서 예습을 하고 와야 한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

 

 

 

 

 

 

 

3명의 여학생 중, 케이시라는 여학생은 학교에서 왕따같이 지내는 아이인데, 영화 중간중간 그녀의 어린시절이 오버랩되어 나와서, 마치 그녀가 큰 일을 해낼 것 같이 그려졌지만, 그리 두각을 나타낼 건 없었던 것 괜한 호기심만 자극시킨 셈이다. 케이시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삼촌을 따라 사냥을 다녔다. 삼촌은 어린 그녀를 오랜기간 성폭행해 왔으며, 그녀는 그러한 삼촌을 엽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지만, 어린 그녀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다른 두 여학생은 탈출을 감행하다가 결국 죽음을 당하게 되고, 케이시만 남게 된다. 그러나 탈출하기엔 역부족, 철창 우리안으로 도망간 케이시, 철창 안에서 비스트를 향해 총을 쏴보지만 이미 그의 육체는 인간이 아닌, 사나운 맹수와 같은 육체로 변해있었다.

 

철창을 비틀어 우리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케이시의 배에 있는 수많은 상처들을 보고, 비스트는  자신의 어린시절 엄마에게서 학대당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상처입은 자아가 더욱 순수하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며 홀연히 사라지게 된다.

 

 

 

 

 

 

다음날 아침, 동물원을 순찰하던( 경비에 의해 케이시가 발견되고, 무사히 구조가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23 아이덴티티의 마지막 장면! 뉴스보도를 통해, 납치 후 무참히 살해된 3명의 시체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 용의자는 자신이 일하던 동물원의 맹수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보도되며,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면서, 15년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되고, 이를 TV로 보고 있던 여성들이 휠체어 탄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한 대머리 남성이 혼잣말로 "미스터 클래스" 라고 말하며, 던이라고 쓰여있는 자신의 명찰을 쓰다듬으며 영화는 끝난다.

 


 이 대머리 남성(브루스 윌리스)의 존재가 이 영화의 핵심이요, 해석에 있어서 마지막 걸림돌이 된다. 감독의 이전 영화를 보았던 관객이라면 이해가 쉬웠겠지만, 마지막에 왜 브루스 윌리스가 나와서 "미스터 클래스"라고 말하며, 자신의 명찰을 쓰다듬었는지, 뭔가 의미가 있는 건 알겠는데, 도무지 알수가 없다.

 

그런데 웃긴건, 이걸 해석 잘하면 자신이 무슨 영화 평론가라도 된 것처럼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관객들에 대고 조롱아닌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참 웃기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처음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해석이 너무나 궁금에 많은 글을 검색해봤지만, 제대로 된 해석은 없었다. 그리고 몇몇 일찍 본 사람들이 글을 달자, 답답하다는 듯이 감독이 선한의지로 의도한 바를 고귀한 자신이 이해했다고 지껄이는 몇몇 관종들을 보았는데, 그러지 말자.

 

 

 

 

 

 

브루스 윌리스를 등장시킨 건, 23 아이덴티티를 만든 감독, 나이트 샤말란이 2000년에 연출한 영화 언브레이커블의 주인공이였던 것이다. 2003년에는 아이덴티티를 연출, 이로써 감독은 아이덴티티가 언브레커블과 동일선상에 놓고 영화를 만든 것이고, 언브레이커블 후속작도 만들겠다는 야심찬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대표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00년에 개봉한 언브레이커블, 필라델피아에서 기차 탈선사고가 발생, 131명의 사망자 가운데 아무런 상처도 않고 살아남은 경비원 데이비드 던(브루스 윌리스)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뼈가 무러지는 미스터 클래스(사무엘 잭슨)의 이야기를 다룬 히어로 영화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언브레이커블을 만들때 이미 3부작 시리즈로 만들생각이었던 것이다.(이런 것까지 첨 본 관객이 이해해줘야 하는 건가?) 23 아이덴티티는 그 두번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언브레이커블에서 기차 탈선사고로 브루스 윌리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사망, 이 탈선 사고로 사망한 아버지가 바로 23 아이덴티티의 어린시절로 나온 케빈 아버지 이다. 즉, 영화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기차역에 꽃을 들고 갔던 것! 또한 기차역에서 24번째 인격체인 비스트로 변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차역은 상당히 의미있는 장소가 된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을 폄하할 생각도, 그리고 그의 영화를 깎아낼 생각도 없다. 하지만 영화를 해석하는 입장이 다르다고, 혹은 이해를 못했다고 해서 마치 이해한 자신은 수능문제를 만점받고, 이해 못한 사람은 수능 빵점 맞은 사람처럼 대하는 건 옳지 않다. 마치 감독의 선한의지를 몰라준다고 해서, 몰라주는 선한 관객이 악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선한 의지를 이해했다고 해서 자신이 잘나지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영화일뿐, 보고 즐겼으면 됐지, 모두가 평론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3 아이덴티티 해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 수 있을 지언정, 영화 자체만 놓고 봤을때 스릴러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긴장감이 떨어졌고, 충격적인 반전도 없어 실망했다. 다만, 영화를 곱씹어 보는 분들에겐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